아주 오랜만에 밤톨이를 봐주고 있어요.
이제는 척척 혼자 잘 앉아 있고, 네 발로 기기도 잘 기고,
엄마, 맘마, 이런 소리를 뜻없이 하기는 해도 분명히 해요.
숟가락으로 떠주는 이유식도 어찌나 잘 받아먹는지!^^
밥 먹고 놀다 칭얼거려서 업어줬더니 등에 기댄 채 금세 잠이 드네요.
옛날 포대기 비슷한 개량 포대기가 있어서 들춰 업었더니
나도 편하고, 아기도 편하고 참 좋아요.
그래서 잠든 아기 업고 이렇게 블로그에도 들어왔어요.
의자 위에 무릎 끓고 앉아 아기 업은 채 이 글 쓰고 있답니다.ㅎㅎ
(그러고 보니 박경리 선생님은 이런 자세로 밥상 위 원고지에 글을 쓰셨는데....
그런 사진을 본 기억이 나요. )
내 등 위에서 우리 밤톨이가
잠시라도 폭 잘 수 있으면 좋겠어요.
오늘같이 추운 날은 포대기에 감싸인 채
조모 등에 업혀 자는 게 가장 편안할 테니까요.ㅎㅎ
언젠가 언젠가 오랜 훗날에
이 순간을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.
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한 순간,
그러나 10월의 서늘한 공기와 어두워지는 저녁의 조용한 집안과
등에 닿아있는 아기의 따뜻한 체온과 평화로운 숨소리까지 함께.
내가 이 방에 들어와
굳이 이런 글을 쓰는 것은
다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요.
잊지 않기 위하여.
이 기억은 이 순간만이 아니라
하나의 실타래처럼 많은 기억을 줄줄이 불러오겠지요.
아픈 노모와 옆 동에 있는 내 한 칸 방과
엄마네서 여기로 달려오느라 타고온 전철 창으로 바라보던
그윽하게 물든 나무들과 그 순간 그리워한 사람까지.
내가 누리는 모든 기쁘고 슬픈 사연들을.
먼지도 햇살에 비치면
황금빛으로 빛날 떄가 있듯이
사소한 모든 것들도
어느 순간 보석처럼 빛날 때가 있으니까요.
지금 이 순간이
바로 그 순간일 거예요.^^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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